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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기상기구의 경고.."기후 마지노선 무너질 것"

영국 기상청 주도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2025년부터 2029년 사이의 기후 전망을 담고 있으며, 한국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을 포함해 세계 14개 기관의 데이터가 활용됐다. 보고서는 다양한 예측 모델의 결과를 결합한 '앙상블 예측' 방식을 통해 신뢰도를 높였다. 올해는 220개의 전망값이 활용되어 전년도 190개보다 예측 정확도가 높아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중 최소 한 해는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2도 넘게 오를 가능성이 존재한다. 연평균 기온이 이 한계선을 넘을 확률은 아직은 1% 수준에 그치지만, 그 자체로 과학계는 충격적인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애덤 스케이프 영국 기상청 연구원은 "2도 상승이 가능하다는 점 자체가 경고 신호"라며, 시간이 갈수록 이 확률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기온 상승 추세는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WMO는 2025\~2029년 5년 중 한 해라도 산업화 이전보다 기온이 1.5도 넘게 상승할 확률을 86%로 제시했다. 또 같은 기간 5년 평균 기온이 1.5도 이상 상승할 확률도 70%에 달한다. 2020년까지만 해도 같은 예측은 40% 수준이었다. 지난해는 역사상 처음으로 1.5도 상승을 넘긴 해로 기록됐고, 2025년은 역대 가장 더운 해 상위 3위 안에 들 확률이 높다고 전망된다. 현재까지 가장 더운 해는 2024년으로, 산업화 이전보다 약 1.55도 더웠다.
특히 이번 보고서는 지역별 기후 변화 전망도 함께 제시했다. 북극 지역은 겨울철 기온이 지구 평균보다 3.5배 빠르게 오를 것으로 예측됐으며, 아마존 열대우림은 극심한 가뭄을, 남아시아·사헬·북유럽 지역은 평년보다 훨씬 많은 강수량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기온 상승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영향을 초래한다. 지구 평균 온도가 1.5도 상승했을 때와 2도 상승했을 때의 차이는 해수면 상승폭에서만 최대 10cm 이상 차이가 발생하며, 이에 따라 1,000만 명 이상의 인구가 해수면 상승에 따른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여부가 갈린다. 이는 단순한 ‘기후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생존과 직결된 사안이다.
앞서 국제사회는 2015년 체결된 파리협정을 통해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제한하고, 1.5도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 중 2도는 ‘최대한 넘지 말아야 할 마지노선’으로 간주되고 있다. 단, WMO는 한 해의 일시적인 초과는 협정 목표 위반으로 해석할 수는 없으며, 평균적인 추세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WMO의 코 배럿 사무총장은 "지난 10년은 관측 사상 가장 더운 10년이었다"며, "이번 보고서는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지구의 생태계뿐 아니라 인류의 일상, 건강, 경제 전반에 걸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WMO 기후서비스 국장인 크리스 휴잇은 “지금이라도 화석연료 배출량을 줄이면 온난화를 늦출 수 있다”며, "1.5도 상승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기후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시간은 아직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경고를 넘어 실질적인 전환이다. 인류가 자신이 설정한 한계를 지킬 수 있을지는 앞으로 5년이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