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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주세요" DM에 유튜버가 응답했다

전쟁의 공포가 중동을 뒤덮었던 지난달 28일, 전쟁 상황을 전문으로 다루는 유튜버 이재천 씨의 SNS로 다급한 메시지 한 통이 날아들었다. "아랍에미리트(UAE)에 있는데 너무 무서워요. 빨리 탈출하고 싶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이란의 충돌로 중동 정세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던 시점이었다. 메시지를 보낸 이는 20대 여성 팬이었다. 육로를 통해 인접국인 오만으로 피신할 수는 있었지만, 전쟁 통에 홀로 국경을 넘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공포였다. 이 씨는 이 메시지를 외면하지 않았다. 정부의 공식 대피령이 떨어지기 전, 민간 차원의 '탈출 작전'은 그렇게 시작됐다.

 

이 씨는 즉시 행동에 나섰다. 그는 '혼자보다는 여럿이 움직여야 안전하다'는 판단 아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UAE 탈출방'을 개설했다. 밤을 새워가며 탈출 희망자를 모으는 한편, 자신의 유튜브 채널 운영 노하우와 인맥을 총동원했다. UAE 체류 경험이 있는 스태프와 머리를 맞댔고, 현지 사정에 밝은 여행사들과 접촉해 탈출 루트를 확보했다.

 


작전은 흡사 군사 작전을 방불케 했다. 이 씨와 협력한 허상준 캐롯투어 대표는 "탈출 행렬이 오만과 사우디아라비아 국경으로 몰리면서 현지 상황은 아비규환이었다"고 회상했다. 수요가 폭증하자 150만 원 수준이던 택시비는 순식간에 200만 원을 호가했고, 웃돈을 요구하며 승차를 거부하는 기사들도 속출했다. 심지어 국경 검문소에서는 군인들이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하거나, 통신망이 끊겨 연락이 두절되는 아찔한 상황도 벌어졌다. "택시 기사와 다투다 사막 한가운데 버려졌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돌았다.

 

이 씨는 기지를 발휘했다. 개별 이동이 위험하다고 판단한 그는 승용차 대신 전세 버스를 섭외해 '단체 이동'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비용 부담을 줄이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승부수였다. 이 전략은 적중했다. 먼저 국경을 넘은 선발대가 후발대에게 검문소 통과 요령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집단지성'까지 발휘되며 탈출은 급물살을 탔다.

 

그 결과, 이 씨는 총 18차례에 걸쳐 한국 교민과 여행객 53명을 안전지대로 대피시키는 데 성공했다. 정부의 전세기가 투입되기 전, 민간인이 주도해 이뤄낸 기적 같은 성과였다.

 

선의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오해의 시선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여행사와 결탁해 돈을 버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씨는 "탈출이 급박한 분들을 현지 업체와 직접 연결해 줬을 뿐, 중개 수수료나 금전적 이득을 취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오해를 해명하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사람을 살리는 일이 더 중요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현재 이 씨는 직접적인 탈출 지원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우리 정부가 전세기를 투입하고 외교부 신속대응팀을 파견하는 등 공식적인 대피 시스템이 가동됐기 때문이다. 민간의 개입이 자칫 혼선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그의 '오픈채팅방'은 여전히 불이 켜져 있다. 아직 현지에 남아있는 교민들을 위해 정보를 공유하고 심리적 안정을 돕기 위해서다. 이 씨는 "팀원들 모두 며칠째 밤잠을 설쳤지만, 무사히 귀국한 분들의 감사 인사를 받을 때마다 가슴이 벅차다"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