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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슬전’ 남친짤 만든 배우의 반전 커리어

 tvN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하 ‘언슬전’)은 시작부터 험난한 길을 걸었다. 당초 2023년 5월 방영 예정이었으나, 예상치 못한 의료계 현실의 변수로 인해 편성이 무기한 연기됐다. 모든 촬영과 후반 작업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전공의 파업이라는 현실적인 이슈 앞에서 드라마는 멈춰야 했다. 그로부터 시간이 흐르고, 드라마는 결국 2025년 봄에서야 세상에 공개됐다.

 

배우 정준원은 당시를 떠올리며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촬영을 다 마치고도 기다려야 했다. 불안도 있었고, 걱정도 있었지만 작품을 믿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촬영이 끝난 이후에도 동료 배우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격려했고, 기다림의 시간을 함께 견뎠다.

 

그러나 드라마가 공개된 이후에도 예상치 못한 반응이 이어졌다. 초반부터 주연 커플을 향한 시청자들의 비판이 이어진 것이다. 정준원이 맡은 산부인과 4년차 전공의 ‘구도원’과 고윤정이 연기한 1년차 레지던트 ‘오이영’의 커플 케미에 대해 “비주얼이 안 어울린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일명 “그림체가 다르다”는 말로 요약된 이러한 비판은 멜로 라인을 중심에 둔 정준원에게 적잖은 부담이 됐다.

 

정준원은 고윤정과의 캐스팅 소식을 듣고부터 우려가 있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내가 이 멜로를 설득력 있게 끌고 갈 수 있을까 고민됐다. 부정적인 말들도 당연히 알았다. 아무렇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라며 당시의 심정을 전했다. 하지만 그는 외부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맡은 ‘도원’이라는 인물에 집중하기로 했다. 도원이라는 인물이 본래 가진 따뜻함과 진심이 전달된다면 언젠가는 시청자들도 받아들일 것이라 믿었다.

 

실제로 회차가 거듭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처음엔 어색하다던 시청자들도 어느새 ‘도원이 남친짤’을 SNS에 공유하기 시작했다. 따뜻한 눈빛과 배려심 넘치는 구도원의 모습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정준원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3000명대에서 46만 명을 넘어섰다.

 

 

 

정준원은 이런 변화에 대해 “특별한 필살기 같은 장면은 없었다. 억지 감정을 끌어올리기보다 도원이의 조심스러운 성격이 자연스럽게 전달되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시청자에게 ‘스며드는’ 연기를 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상대역 고윤정의 연기도 큰 힘이 됐다. 정준원은 “카메라 밖에서도 감정선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다. 윤정이가 정말 진심으로 연기했기에 도원도 자연스럽게 반응할 수 있었다. 도원을 진심으로 좋아해주는 느낌이었다. 그런 진심이 전해졌고, 저도 연기 안에서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며 고윤정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정준원이 ‘언슬전’에 합류하게 된 배경도 흥미롭다. 그는 이미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 오디션에 참여한 바 있었고, 당시엔 캐스팅되지 않았지만 제작진은 그를 기억하고 있었고, 결국 ‘언슬전’이라는 기회를 다시 주었다. 오디션 당시를 회상하며 정준원은 “세 번째 오디션쯤부터 ‘내가 도원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왔다. 분위기도 따뜻했고, 제작진이 사람 자체를 보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드라마가 큰 사랑을 받으면서 정준원에게는 ‘전성기’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하지만 그는 이에 대해 손사래를 쳤다. “전성기는 아니다. 드라마가 잘 됐고, 운이 좋게 잠깐 관심을 받은 것뿐이다. 이런 기회는 평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일”이라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지금이 진짜 시작이라는 그는 “다음엔 좀 더 성숙한 어른의 이야기도 해보고 싶다. 어떤 장르든 감사한 마음으로 도전할 준비가 되어 있다. 10년 동안 연기를 해왔지만, ‘언슬전’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 선물 같은 작품이다. 앞으로 더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정준원에게 ‘언슬전’은 단순한 드라마가 아니었다. 자신을 증명하고, 배우로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전환점이자 기적 같은 기회였다. 어려운 시간을 견디며 쌓아온 믿음과 진심이 결국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는 이 기회를 발판 삼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