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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도 없는데 전신마취?…환자 목숨은 '나 몰라라', 돈만 챙긴 병원들의 민낯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수술실의 안전 관리에 심각한 구멍이 뚫린 것으로 드러났다. 전신마취가 필요한 수술을 하면서 법적으로 필수인 수술실조차 갖추지 않거나, 수술실이 있더라도 응급 상황에 반드시 필요한 인공호흡기 같은 핵심 장비를 구비하지 않은 의원급 의료기관이 수두룩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전신마취 수술을 시행하고 진료비를 청구한 외과 의원 435곳 중 30곳(6.9%)은 아예 수술실 설치 신고조차 하지 않은 채 위험천만한 수술을 감행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상황은 수술실을 갖춘 곳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수술실을 신고한 405곳의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필수 장비 구비 실태를 확인한 결과, 그 심각성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났다. 전신마취 환자의 호흡이 멎는 등 위급 상황 발생 시 생명을 유지해 주는 필수 장비인 인공호흡기를 설치한 곳은 고작 10곳으로, 설치율이 2.4%라는 믿기 힘든 수치를 기록했다. 수술 중 환자의 심장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심전도 모니터 장치(감시기)를 설치한 기관 역시 284곳에 그쳐, 나머지 30%에 가까운 병원들은 환자의 심장 상태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수술을 진행했을 가능성을 보여줬다. 더욱이 현행법상 기도 내 삽관유지장치나 마취환자의 호흡감시장치는 신고 대상 의료장비가 아니어서, 이들 장비가 실제로 비치되어 있는지 여부는 파악조차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러한 안전 불감증은 정부의 무관심과 직무유기가 빚어낸 결과라는 비판이 거세다. 정부는 이미 10년 전인 2015년, 한 성형외과에서 복부지방 흡입술을 받던 환자가 사망하는 등 의료사고가 잇따르자 대대적인 '수술환자 안전관리 강화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전신마취 시 응급장비 설치를 의무화하고 수술 의사 실명제를 도입하는 등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러한 약속은 공염불에 그쳤다. 복지부는 지난 10년간 관련 실태조사를 2017년 단 한 차례 시행했을 뿐, 수술실 신고조차 하지 않은 병원에서 버젓이 전신마취 수술이 이루어지는 상황을 무려 8년간 방치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정부가 환자 안전을 강화하겠다며 요란하게 대책을 발표해놓고, 10년이 지나도록 실태 파악도, 현장 조사도, 후속 조치도 제대로 하지 않은 셈이다. 이에 김선민 의원은 "복지부의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강하게 질타하며, "하루빨리 전국의 모든 의원급 수술실을 대상으로 응급의료장비 구비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기도 내 삽관유지장치와 호흡감시장치를 신고 대상 장비로 즉각 전환하여 최소한의 안전장치 현황이라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